본문 바로가기

무비 매니아(Movie)/카라의 영화 리뷰

[영화리뷰] 워낭소리 - 소와 인간의 끈끈한 정이 있는 감동적인 이야기..



오늘 <나의 마음은 지지 않는다>시사회권이 있었지만 다른사람에게 양도하고 워낭소리를 보러 갔습니다. 그동안 계속 보려 했는데 시간이 안되서 아직까지 못봤는데요. 이제는 상영관도 상당히 많더군요. 거의 모든 극장에서 상영하고 있어서 가까운 극장으로 예매를 할수 있었죠.

하도 입소문이 나있고 슬프고 감동적인 이야기라고 해서 좀 걱정스럽기도 했지만요.
남자가 되서 영화보다가 눈물보이는건 좀 ....

78분이라는 다소 짧은 런닝타임.
왠만한 극장판 애니메이션보다 짧거나 비슷한 수준이죠.
영화보고 와서 운동도 해야하는지라 짧은 상영시간도 오늘은 왠지 좋더군요.
아무래도 월요일은 알수없게 피곤한 날이니까요.


장르는 다큐멘터리. 가끔씩 동물의 왕국같은 느낌의 다큐멘터리 영화는 많이 봐왔지만 인간극장외에 이렇게 극장에서 사람이 주인공인 다큐멘터리는 처음이었습니다. 주인공은 할아버지와 40년이나 살아온 늙은소.
소의 첫인상은 참 일잘하게 생겼다. 뭔가 세월이 느껴진다..이런 느낌이었죠.


40년을 같이 살아온 소는 할아버지가 주무셔도 집을 스스로 찾아올정도로 영특합니다. 할아버지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죠.
"이 소는 차가와도 미리 알고 비켜줘." 이렇듯 할아버지에게 소는 큰 자랑거리 입니다. 이 소 한마리로 무려 9남매나 되는 자식들을 입히고 먹이고 가르쳐서 키워냈으니까요.

농촌생활과 아픈 몸을 이끌고도 쉬지않고 일하시는 할아버지를 보면서 시골에 계신 할아버지 할머니 얼굴이 계속 떠오르더군요.
노인들밖에 없는 농촌의 현실이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영화화 하려고 대충 짜맞춘게 아닌 실제로 1년이 넘는시간을 할아버지 주변에서 촬영하면서 만들어진듯..
소와 할아버지가 불과 1년만에 노쇠해가는 모습이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할아버지의 병은 깊어가고.. 소는 온몸이 마르고 걸음도 제대로 못걸을 정도로 지쳐가는...

하지만 소는 죽기 직전까지도 쉬지않고 일을 하죠.
불쌍하기도 했지만 그게 그 소의 운명이고 그런 소와 함께해온것이 할아버지의 인생이기에 점점 노쇠해가는 둘을 보면 가슴이 저미어 오더군요..

귀가 잘 들리지도 않는 할아버지에게 워낭소리(소의 목에다는 방울소리)는 그렇게 아끼던 소가 죽어서도 그 평생의 친구인 소와 할아버를 이어주는 중요한 매개체가 됩니다.
딸랑 딸랑 거리는 워낭소리가 계속해서 귓가에 어른거리네요.

지금껏 소가 제수명 다살고 늙어서 죽는경우는 이 영화를 통해 처음 본것 같습니다.
요즘같이 기계화되어버린 농경사회에선 우시장에서 조차 일하는 소를 구하기도 힘들고..

실제로 이렇게 소를 몰아 농사를 짓는 사람은 드므니까요.

할아버지에게 소는 가장 친한 친구였고 그의 다리였고 그의 인생의 한부분 이었습니다.
그런 소의 죽음은 결국 저에게 눈물을 보이게 만들더군요. 뭐..주변에서도 다들 눈시울이 뜨거워져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영화의 재미를 더해준 할머니의 입담.
시도때도 없이 "영감 잘못만나 고생한다"면서도 할아버지를 끔찍히 챙기시는..
정겨운 여느 할머니의 모습입니다. 할머니의 입담은 영화 중간중간 계속해서 관객들을 웃게 만들었습니다.


줄거리 위주로 쓰게되어 스포일러가 될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 영화는 줄거리가 중요한건 아닌것 같습니다.
다큐멘터리 영화답게 그 영상에 담긴.. 딱히 대사가 없어도 느껴지는 감동과 애잔함.
그것은 줄거리를 모두 알고 봐도 별상관이 없을 겁니다.

덕분에 스포일러 걱정없이 그냥 생각나는대로 써도 죄책감이 안드는군요^^

물론 영화가 생각외의 흥행을 하면서 상업적인 포장이 전혀 되지 않았다고는 못하겠습니다.
실제 농촌에 가면 많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저렇게 살아가고 계십니다. 우리의 할아버지 모습이죠.

도시화가 되어 그런 농촌을 등지고 살아가는 우리는 한번 깊게 생각해 봐야할것입니다.
농촌이 있어야 우리의 삶이 계속 유지될수 있다는걸..


이건 여담입니다만,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로서는 이례적으로 무려 100만이넘는 관객이 벌써 다녀갔다고 하죠?
총 제작비 1억여원인데 이미 벌어들인 수익은 100억원 이상.

게다가 딱히 스폰서나 영화사가 걸려있지도 않아서 감독님과 영상PD는 어마어마한 돈방석에 앉게 되었다는데요.
그중 30억원 정도는 한국 독립영화 발전기금으로 기부 한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이 영화를 위해 열심히 촬영해 응해주신 할아버지 할머니와 죽은 소를 위해 거액을 주었으면 좋겠어요.
할아버지가 큰돈을 받으면 일을 그만두시고 생활이 바뀔지는 모르겠지만..(그동안 습관이 들었던 것이기에)
힘든 할아버지께 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