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 이야기/과학 이야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문자 '한글'의 힘!

늘 곁에 있는 친구의 고마움을 잘 모르듯 매일 말하고, 쓰고, 읽는 우리 글 ‘한글'에 대한 소중함과 위대함을 잊고 지내는 것은 아닐까? 10월 9일 한글날을 맞아 우리 문자 한글에 대한 우수성을 재조명해 본다.

지금까지 정보기술과 관련하여 획기적으로 세상을 바꾼 발명은 문자, 금속활자 인쇄술, 그리고 인터넷이다. 정보 교환의 핵심 도구가 문자, 활자 인쇄, 그리고 인터넷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에 대해 자긍심을 느껴도 좋다.

13세기 이래 우리나라는 정보기술에 관한 한 늘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올랐기 때문이다. 우리는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인쇄술을 발명했으며, 세계 언어학자가 인정하는 세계 최고의 문자인 한글을 발명했다. 그리고 현재 세상에서 가장 빠르고 광범위한 인터넷 문화를 누리고 있다.

물론 그중에서도 백미는 단연 ‘한글'이다. 인쇄와 인터넷, 휴대폰 메시지 전송까지 그 어느 것도 문자 없이는 불가능하다. 오늘날 한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만큼 정보력을 가지게 된 이유는 바로 ‘한글'이다. 세계 최고의 문자 한글을 통해 모든 국민이 정보를 공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알파벳의 우수성을 뛰어넘는 한글의 힘

예일대학의 헤이블릭 교수는 그리스 알파벳의 출현은 서양의 삶을 송두리째 바꾼 위대한 도약이었다고 말했다. 찬란했던 이집트 문명을 제치고, 그리스 문명이 서양 문명의 근간이 된 이유는 그리스 문명이 이집트 문명보다 더 뛰어났기 때문은 아니다. 다만 그리스인들이 이집트 문자보다 우수한 알파벳을 발명했기 때문이다.

그리스 알파벳의 확산은 2,000년간 지속적으로 지식의 축적과 정보의 교환을 가능하게 했으며, 오늘날 과학문명을 이루는 초석이 되었다. 현재 전 세계 책의 70% 이상이 알파벳으로 출판된다. 그리스 알파벳의 가장 큰 힘은 알파벳이 배우기 쉬운 문자라는 점이다.

디린저 박사는 인구의 1% 정도만 활용 가능했던 이집트 문자가 귀족 엘리트 문자인 반면에, 음소문자인 그리스 알파벳은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고 정보와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민주문자라고 규정했다.


인류가 발명한 최고의 문자, 한글


세계 언어학자가 인정한 한글의 우수성
때로는 자신의 정확한 모습을 이해하기 위해서 외부 사람들이 평가하는 자신의 모습을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될 때가 있다. 한글에 대한 세계 언어학자들의 평가는 양면적이다. 세계 언어학자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한글에 대한 느낌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한글 문자체계 자체의 과학성과 경제성에 대한 감탄이고, 다른 하나는 한글의 진가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한국인들에 대한 놀라움이다.

세계 언어학자들은 말한다. 한글은 인류가 발명한 최고의 문자이며, 아직도 한글만큼 과학적이고 효율적인 문자체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최고의 인지 과학적 원리를 담은 한글의 음절 단위 표기법
한글은 알파벳처럼 음소(音素) 단위 글자를 사용하면서도, 이를 음절(音節) 단위로 배열함으로써 과학적인 문자체계가 요구하는 두 가지 필요성을 적절히 조화시키고 있다.

하나는 기본 글자의 숫자가 적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글자를 쉽게 배우기 위해 필수적이다. 다른 하나는 읽기의 효과를 극대화하여야 한다. 사람은 소리를 들을 때, 음절을 기본 단위로 인식한다. 한글은 24개를 기본 글자로, 음성 인식의 지각 단위인 음절을 표기 단위로 하는 체계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한글은 세계의 어떤 문자보다도 인지 과학적으로 진보된 문자이다(알파벳조차도 음소 단위까지는 사용하지만, 음절 단위로 글자를 묶지 못하고, 1음절 단어를 in, apple, string처럼 일렬로 나열해서 쓰고 있다).

 

그리스 알파벳을 뛰어넘는 독창적인 모음 디자인
세계 언어학자들은 한글 창제 당시에 이미 자음과 모음의 차이를 간파했을 뿐만 아니라, 그 차이를 문자 모양에서도 확연히 구분하여 디자인했다는 점에 놀란다.

자음표기만 가능했던 페니키아 문자를 차용한 그리스인들은 페니키아 자음 중 a,e,i,o,u를 모음을 표시하는 기호로 대체했다. 월터 옹 박사는 이와 같은 모음 첨가를 알파벳 역사의 일대 비약이며, 고대 그리스가 다른 문화에 비해 지적인 우위를 확보하게 된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a,b,c,d,e...로 이어지는 알파벳에서는 여전히 자음과 모음이 모양으로는 구분되지 않는다.

반면에, 한글에서는 ㄱ,ㄴ,ㄷ 과 ㅏ,ㅑ,ㅓ를 구분하였을 뿐만 아니라, 모음은 수평선과 수직선이라는 두 개의 기본선만을 이용하여 표시하였다. 반면에 자음은 한 번 꺾은 1획이나 2~3획으로 글자 모양을 디자인했으니, 이보다 더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문자가 세상 어디에 있겠는가?

현대 음운 분석의 원리를 그대로 담고 있는 자음 디자인
한글 자음의 기본자는 ㄱ, ㄴ, ㅁ, ㅅ, ㅇ의 다섯 자이며, 나머지 12자는 기본자에 가로획이나 세로획을 더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현대 언어학자들이 한글 자음 디자인에 감탄하는 이유는 기본 자음이 각 소리가 나는 순간의 입 모양을 그대로 이미지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만이 아니다.

이보다 더 놀라운 특징은 기본 자음에 획을 더하는 원리가 현대 언어학자들이 발견한 ‘변별적 자질(辨別的 資質: 한 언어의 음이 가진 체계를 설명하기 위한 음운적, 통사적, 의미적 단위 사이의 최소 대표적인 단위) 에 대한 개념'을 이미 500년 전에 파악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를 문자에 담아 디자인했다는 점이다.


정보화를 위한 최적의 문자, 한글

한글은 24개의 음소문자로, 알파벳 이상으로 배우기 쉬운 동시에, 문자전송과 전자문서화에 효율적인 문자이다. 지난 10년간 한국의 젊은이들이 인터넷과 엄지문화로 보여 준 정보 공유의 힘은 전 세계인을 놀라게 했다.

해방 후 짧은 기간에 이루어 낸 경제 도약 뒤에도 한글이 있었다. 특히 지난 10년 동안 ‘젊은 한국', ‘민주 한국', ‘정보 한국' 뒤에는 우리나라의 문자 한글이 있었다. 한글이 없이 첨단기술만으로는 지금과 같은 정보 공유는 불가능했다. 한글이 이루어 낸 한국 사회의 발전은 그리스 알파벳이 2,000년간 서구 사회에 기여한 역할과 비교할 때 조금도 손색이 없다. 이러한 이유로 한글은 동양의 민주문자라고 정의할 수 있다.

또한 한글은 전자정보화 시대에 문자전송과 전자문서화를 위한 최적의 문자이다. 12개의 핸드폰 자판과 60개의 컴퓨터 자판에서 한글보다 빠르고 쉽게 작업할 수 있는 문자는 없다.

천지인 자판은 한글의 과학성을 증명하는 단적인 예이다. 천지인 자판에서 모음은 ‘ㅡ, ㅣ, ?' 세 개의 자판을 이용하여, 우리말에 있는 19개의 모음을 모두 표기할 수 있다. 자음의 경우에도 ‘ㄱ, ㅋ, ㄲ'을 하나의 자판에, ‘ㄷ, ㅌ, ㄸ'과 ‘ㅈ, ㅊ, ㅉ'도 각각 묶어서 독립된 하나의 자판에 올려놓았다.

영어 자판을 생각해 보자. ‘ABC / DEF / GHI ……'식으로 단순히 알파벳 순서로 나열된 자판에서는 자음과 모음을 구분할 수도 없고, 자음 간의 연계성도 없다. 영어 자판으로 문자를 보내 본 사람은 이런 문자 배열이 얼마나 비실용적인지 알고 있다.

알파벳에는 한글과 같은 과학적 구성 원리가 없기 때문이다. 전자정보화 시대에 한글의 과학적 원리는 곧바로 실용성과 연결되어 있다.


세계 정보의 한글화, 한글의 세계화
 

그러나 전자정보화 시대의 진정한 성공은 빠른 속도나 사용 시간의 양이 아니라, 교환되는 정보의 질과 후손에게 남겨질 콘텐츠의 질에 달려 있다. 이제 한국 전자정보화의 비약을 위해서 ‘세계 정보의 한글화'와 ‘한글의 세계화'를 실행할 시기이다. 영어로 교환되고 있는 세계 정보와 한자로 된 문화유산을 쉽고 빠르게 여러 사람이 한글로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오늘날 우리는 정보 기술에 관한 한 거의 본능적인 감각과 재주를 지니고, 최고의 창의성을 발휘해 온 한국인의 능력에 대해 자부심을 느껴도 좋다. 이제 세상에서 가장 실용적인 한글을 발명한 민족에서, 세계 최고의 문자 한글의 세계화를 위해 비약하는 일만 남았다.


- 김미경 / 대덕대학 교양과 교수,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한글> 저자